골방으로 들어가라

사고로 발을 다친 뒤, 집에서의 생활은
무기력 했고 갑갑했다.
이 시간이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싫증이 났다.
지겨운 넷플릭스, 지겨운 침대에서 벗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햇빛을 받으며
운동도 하고 움직이고 싶었다.
발을 올리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안되어
삐딱하게 발을 올린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허리가 아파
거의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고,
점점 무기력하게 나를 동굴로 끌고
나왔다를 반복했다.
이런 상황이 비참했다.
생일이라 집 밖에는 수북하게 쌓인 택배를
양 손에 목발을 짚고 내가 옮길 수가 없어서
누군가가 옮겨줄 때 까지 기다려야만 했고
화장실 턱은 어찌나 무섭던지
처음에 넘어질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어서
화장실 갈 때마다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비참했다.
'이런 것도 혼자 못하다니'
혼자 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계속 필요한터라
그것도 부담이 계속 되었다.
무급으로 한달동안 휴직한터라
다음 월세는? 공과금은? 카드값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의 도피로
이틀이 넘도록 넷플릭스만 봤다.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던 중, 기도 하면서 나의 상황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해보자는 마음을 주셨다.
받은 연락 하나가 나를 다시 일으켰고
한참을 울면서 기도했다.
나의 부족하고 연약한 점을 토로했고
알지 못하는 상황의 의미를 찾기 보다는
신뢰하며 동행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간구했다.
그 과정에서 [더 메세지 신약편]을 읽는데,
유진 피터슨이 쓴 머릿말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성경을 읽으면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대로 살 수 있는가' 이다.
우리의 참 자아로 살기 위해서 읽는다.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 세상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 성경을 주신 본래 목적은,
단순히 우리를 초청하시기 위해서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방식과
우리의 삶으로 그분께 응답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나님은 죄로 물든 우리의 본성과 역사 속에서
끈기 있고 깊이 있게 일하시지만,
종종 은밀하게 일하신다.
누구나 골방에서 고뇌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먼 훗날 그 시간의 빛을 본다는 것을
다양한 사람들의 간증으로 보아 알고 있다.
골방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지,
그 시간이 얼마나 삶에서 큰 고통이지만
이겨내는 강한 힘을 주는지도 알고 있다.
하나님은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시기 보다는
나에게 갑옷을 입히고 무기를 주시고
강하고 담대할 수 있는 마음으로
직접 부딪히게 만드신다.
내가 느낀 하나님의 특징 중 하나는
나의 해결되어야하는 부분은
훈련으로 다듬어가신다는 점이었는데
그 훈련은 여러번의 비슷한 상황을
주셔서 어떻게 그것을 받아내는지를 보신다.
다양한 소음과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온전한 나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해결되어야하는 개인적인
내가 가진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자신의 이기심만 쫓는 저들이
저렇게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보기가 싫었다.
다 가졌다. 돈, 명예, 가정...
그들의 개인사정을 전부 알지 못한채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한 나의 자격지심,
그들과 비교했던 나의 연약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낯부끄러워졌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게 진짜 복이 맞아요?'
가끔 불확신이 생기곤 했고,
분명히 성경에서는 자유를 주신다고 하셨는데
자유한 기분 보다는 율법에 사로잡힌 기분이었다.
지난 이틀동안 동굴 속에서 본 넷플릭스는
'Manifest'

기독교적인 드라마는 아닌데
'소명과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Calling 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에게 환상과 음성으로 메세지를 받고
그 메세지를 풀어나가며
드라마가 진행되는데 종말과 관련된 부분까지
성경의 말씀들도 인용되곤 한다.
'All Connected'
우연은 조금도 없었고
어쩌다 그렇게 된 일도 전혀 아니었고
모든 것들이 뒤로 돌아보면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이 미드의 스토리 전개처럼
하나님의 영적인 민감성을 되찾고
이미 모든 것이 예수 안에서 완성되었기에
그토록 찾던 소명을
극복하라는 뜻으로 생각이 되었다.
'왜 어쩌다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2주를 넘게 하나님께 던졌다.
이런 나에게 동굴 속에 갇혀서 본
드라마를 통해서도 응답하시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분의 타이밍은 한치의 오차가 없고
성경 속 기적처럼 분명히
이루시고 성취하신다는 생각에
가지고 있던 나의 자격지심과
연약함이 깨지게 되었다.
지으신 그대로 살게 하실 것을 분명히 알고 있고
아직 내가 이 땅에 남아있다면
분명한 하나님의 Calling 이 있고
그 소명을 찾아서 해결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마치 매니페스트 속 한 장면 처럼 나도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