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하라

직면하라
Photo by Kelly Sikkema / Unsplash

쏜살같이 시작된 사랑은, 생각보다 빨리 타버렸다.
처음이었다.
이토록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그의 사랑은 강렬했다.
부담스러울 만큼, 넘칠 만큼.
그의 사랑에 감격해서 초반에 울었다.
이렇게 까지 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해주지?

그를 만났을 때의 나는
하나님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고백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삶의 자리에서 어려움이 많아
사람들과의 시간보다는 하나님과 시간을
더 붙들고 있던 때였다.

그때 갑자기 그를 만났다.

사실 나는 소개팅을 계속 거절해왔다.
그런데 주변에서 오히려 나에게
'다음번부터 들어오면 꼭 받아.
지금의 힘듦을 일로만 집중하지 말고
분산 시켜봐. 오히려 중화 될 거야.'

'나는 나의 영적인 갈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영적 동역자가 필요해요.
기도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사실 소개팅 전 날,
어쩌면 내가 소개팅을 못 나갈 컨디션이었고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기도할게요.'

크리스천에게는 흔한 말일지 몰라도,
그 말이 내게 결코 가볍거나 뻔하지 않았다.

소개팅 당일,
계단을 내려오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 들었다.

'아 이 사람이구나'

그도 비슷한 느낌을 함께 받았다.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인 거 같아'

우리는 빠르게 연애를 시작했다.
이틀 만에 서로의 끌림을 확인했다.
비슷한 점이 꽤나 많았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감사했던 것은
그는 나의 외모, 몸보다
하나님의 이야기를 귀하게 여겨줬다.

'예수님이 섬기듯이 여성을 대하고 싶어'

이 말에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서로 섬기면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연약한 점을 포용해줄 것 같았다.
본인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남자 같았다.

'다솜이 더 예뻐질 수 있도록 더 예뻐해 줄 거야'

일주일에 네 번씩 나를 만나러 오고
내가 이동할 때 힘들까 봐 데려와 주면서
내가 일정에 가 있는 시간 동안은
카페에서 혼자 기다려줬다.
넘치는 애정 표현이 말과 행동, 눈빛에서 살아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봐주는 눈빛이 좋았다.
나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는 눈빛이었다.

'오빠 마음이 변할까 두려워'
그런데 잘해주면 잘해줄 수록
나의 두려움은 더 커졌다.

그는 말했다.
'혹여 예전처럼 표현을 못하더라도
내 마음이 결코 식은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초반의 그 사랑해주던 모습을 보고
그를 향한 나의 사랑이 더 커지면서
지속은 되었지만 예전만큼 보이지 않는 사랑에
내 마음이 시소와 같았다.

만나면 즐거운 순간도 많았지만,
마음은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그의 에너지를 계속 살폈고,
내 서운함을 감췄고,
함께 있으면 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다.

나는 대화가 언어인 사람이고
그는 행동이 언어인 사람이었다.

어려움이 오면 나는 말하고 싶었고
그는 잠시 피하고 싶어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나다움을 잃어갔다.

'오빠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왜 변했지'

내가 만든 게 아닐까? 고민하고 고민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솜아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는 그의 감정과 마음을 잘 몰랐다.

이번 연애를 마치면서 나를 깨달았다.
나는 언어, 대화가 중요한 사람이구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안전한 관계를 원하는구나'
또한, 사랑을 시작하면 깊이 몰입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가 처음 보여준 사랑과
시간이 지나 점점 보여지는 사랑을
계속 비교하고 있었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내 안정감이 흔들렸고
어쩌면 내 삶이 답답하게 느껴지던 시기에
그에게서부터 숨 쉬고 싶었을지도.
그가 날 것의 나를 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안정감은 결코 타인에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나로 하나님과 동행해야만 얻을 수 있다.
사람에게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준 상처에 대해 원망하기 보다는
그가 갈등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용기가 있기를,
자신의 에너지 속도를 조절해서
끝까지 잘 유지하며 깊은 사랑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나 역시 다음 사랑에서는
불안함이 아닌,
평온함을 가질 수 있는 연애를 하기를.
상대방이 변화한 것처럼 보여도
그 마음이 변한 것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기를.

오히려 그에게 긍휼한 마음이 생겼다.

그가 이번 연애를 통해 직면했으면.
다음 연애에는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고,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별하고 나서 내 마음은 자유하다.
또 다음번 사랑에서는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사랑을 통해 성장한 내가 기특하다.

다음에 만날 나의 남자친구가 부럽다.
더 성숙할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배우자 기도 열심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