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멈춰있으니 일하시는구나
발이 골절된 지 세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뼈가 붙지 않고 통증이 계속되었다.
회사를 가고 싶어도 재택근무는 허용되지 않아서,
다 나을 때까지는 휴직이든 연차든 쓸 수밖에 없었다.
교회도 가지 못하고, 사람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발이 붙기만을 바라며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왜 하필 발이었을까?’
한쪽 발에만 체중을 싣다 보니
온몸이 비대칭이 되었고,
그 여파로 담까지 심하게 걸렸다.
운동을 좋아하던 내가 운동을 못하니,
에너지가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안에 갇혀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물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가락도 크게 베였고,
건강검진에서도 5가지 항목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내가?’
나는 건강에 집착하다시피 살았던 사람이었다.
매일 케일 주스를 마시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었는데,
왜 내가 건강을 잃은 걸까?
스트레스 지수도 ‘매우 높음’으로 나왔고,
골절로 인해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큰 고통이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뼈는 붙지 않고...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답답함이 컸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간 병원이 진정성 있는 곳이었고,
거기서 받게 된 레이저 치료가
뼈에 회복을 조금씩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뭐부터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 속에서
생각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 만남을 통해 에너지와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다.
그러면서 피부로 느낀 것이 있다.
‘내가 멈춰 있을 때 하나님은 일하고 계셨구나.’
귀인 1. 영적 멘토이자
스타트업을 막 시작한 교수님과
5시간 넘게 식사하고 카페에서
이 예쁜 계절을 누렸다.
교수님은 중요한 비밀 하나를 알려주셨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에는 '안식'이 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열정이 앞서면서 ‘쉼’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주님의 일하심에는 ‘쉼’이 있다는 것이다.
역경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고,
자녀가 아파하는 것을 보시면서도
지켜보시며 끝내는 성장케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말에 위로받았다.
어쩌면 주님은 이 일하심을
나에게 경험하게 하시려고,
내 몸을 돌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신 것 같다.
항상 무언가 빨리 이루고 싶어 하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 하던 내 열정을
잠시 하나님께 돌리게 하시고,
내 회복이 먼저 되기를
원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 상황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는
다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큰 뜻을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귀인 2. 이전 직장에서 만났던 참여자였던 분.
그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코칭을 받게 되었고 이분은 내 포텐셜을 보고 있었다.
“다솜은 너무 영롱하고,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이미 갖추고 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제가요? 저요?”라며 부인했다.
그분은 단호하게 말하셨다.
“절대 부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절대자에 의해 지어진 사람입니다.
절대자를 부정하지 말고, 믿으세요.”
지금의 일터에서 사실 아직 인정받지 못한 상태이다.
아직 저연차라 퍼포먼스를 보일 수 없다고 했다.
왜 저연차는 퍼포먼스를 보이면 안되지? 답답했고,
이전엔 늘 인정받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있는 이곳에서는 마치 모난 돌처럼 느껴졌다.
역량을 펼칠 수 없어서 매일이 고난이었다.
“다솜 세상이 아닌 곳에서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곳에 끼워 맞춰질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진행된 ‘정다솜 맞춤 코칭’의 결론은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제안이었다.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항상 내 영향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전하는 선순환을 꿈꾸며 살아왔다.
나에게 시간과 돈, 마음을 쓰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 아닌,
이분 자신도 사명을 따르는 일이라니.
그의 말이 기독교인인 나보다
더 하나님을 신뢰하는 느낌을 주었다.
귀인 3. 내가 도와주려 했던 분에게
되려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배우자와 진로에 대해 기도하면서,
점점 미국에 가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내 배우자는 미국에서 함께 살거나,
혹은 이미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대일 양육’의 양육자로 섬기면서
매칭된 나의 동반자는 놀랍게도
한평생 미국에서 살아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이었다.
나는 영어를 레벨업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대화하면서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
동반자의 남자친구는 사업을 하고 있고,
그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늘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만남과 대화를 통해 배운 것들도 많았다.
어떤 조직에서든, 어떤 일을 하든
섬김의 자세로 임하라는 것.
그리고 사업의 아이템과 타이밍은
오로지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것.
덕분에 CES도 내년 초에 무료로 갈 수 있을 것 같고,
미국 가서 다양한 지경을 경험하겠다!
는 생각에 신이 났다.
다양한 인플루언서와 사업가 친구들도
소개시켜주고 싶어하는 모습에
내 지경이 넓어질 것만 같아
생각만 해도 신이 났다.
여전히 발은 낫지 않았고,
회사도 가지 못하고 찬양팀도 하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시고,
사람을 통해 나를 치유하시며 꿈꾸게 하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커넥션이 참 감사하다.
나도 계속해서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며,
이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려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내 생각 너머에
계심을 계속 상기시켰다.
귀인 4. 목사님과 전화 심방을 하며 나눈 대화에서,
목사님도 예전에는 무대 위에 서고 싶고,
드러나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하셨다.
나잖아?!
하지만 지금은 리더로서
남을 세워주고 양육하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하셨다.
“우리는 결국 리더가 됩니다.
리더는 섬기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도록
하나님은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고,
이 고통은 결국 누군가에게
전해줄 스토리가 된다는 말씀에 위로받았다.
상황만 보면 분명 고통의 시간인데,
이 안에서 하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지
계속해서 질문하고 있다.
“왜 이 회사로 보내셨을까?”
“왜 발등이 부러졌을까?”
“왜 혼자 살아야 할까?”
“왜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나님은 반드시 이루시고,
반드시 주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바심이 나고 내가 원하는 타이밍을 바랄 때가 많다.
하지만 하나님은 계단식이 아닌,
한순간에 단번에 일하시는 분이다.
내가 보기엔 느리고 멈춘 것 같지만,
그때야말로 가장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시간임을,
다시 한번 믿게 되었다.